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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

논...

오늘도 오지랍에 가까운 친척들 분쟁에 중재를 맡아

하소연듣느라 머리에 쥐가 난다...

풀리지 않을것 같은 답답함에

웃음만 연신 내비치며

잘 풀리기를 바라며 서로

성향이 좋으신 내 친척들이니 잘 풀리겠거니 하고

집에 들어오는데 고모부와 통화를 한다.

 

언제나 가능하것냐...

 확답이 있어야 쓰것다...

왠만허믄 네가 샀으믄 하는데

어찌 안되것냐....

내가 더 기달릴끄나 어쩌끄나?

....

 

고숙 제가 고민이 많아요...

아버지부터 저까지 고생스럽게 일해서

논만들어논거 생각하믄 아까워서 남한티 못팔것는디

고숙생각하믄 한푼이라도 더 받아 팔아 드려야 허것고

또 제가 샀다가는 빚만 덜컥 지고

혁이한티 까지 대물림 되것고요...

내달 중으로 확답을 드릴께요

그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전화를 끊고 나자

 

가을부터 이야기 나온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 확답을 해야 할때가 오고 보니

그옛날 굴매 5000평 스물닷마지기 수랑배미

농사질때부터 경지정리

할때까지의 회한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중학교때부터 수렁논 치는

경운기 쇠발통을 끼워 맞추고

써래했던 일

경운기 길도없어서 논에 논을 거쳐

 맨마지막 논까지 가서

어깨들마시하여 경운기에 실고 오다

 빠지면 도로 퍼내리고

고등학교때는 친구들 선후배들과

힘겨루기 하며 콤바인이 떨궈놓은

나락을 가져다 도로에 널어 놓고 도둑맞았던 일

그전에는 아재들이 지게 등짐으로

집까지 볓집을 가져나르고

탈곡통에 나락먹여 훌텃던일

수렁논은 콤바인이 못들어가 낫으로 베서 오롱으로 훌트던일

어느사이 기계수요가 늘고 논에 들어와 후적거리고 간것을

아부지와 엄마 나까지 삽과 괭이로 고르던일

경지정리 하면서 도자와 포크래인이 파고 매꾸고 해놔서

허리까지 빠지는 논에 모를 심고 끝내 베어내면서

수확했던 고생들 이루 말할수 없이 많은 일과 시간

그논에 아버지의 젊음을 바쳤고 나까지 중년이 되었다....

 

그 논덕분에 우리 형제들이 배우고 입고 시집장가가는데 보탬이 되고

지금까지도 쌀을먹고 있으니 그리 본전생각만 할일도 아니지만

농민에게 있어 땅은 목숨과도 같은것이라

고숙에게 임대내어 버는 논이지만

막상 팔아 가신다니 지금당장 뾰족한 수 없는 내겐

고민거리가 될수밖에 없다...

 

요번기회에  아버지땅 내땅 할것없이 다 팔아버리고

다른일 찾아버릴것이냐...

2억원을 빚내어 살것이냐...

내인생 우리 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머리속이 복잡하다...

농촌공사나 산림조합에서 좋은 조건으로 융자해준다고는 하지만

자부담이 들어가야 하고

농사지어봐야 빚값기도 허덕이는 판에...

또 빚낸다는것이 까마득하고...

농산물가격은 20년전 가격에다

촛불혁명으로 생겨난 정부는

농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계속 농사짓는것이 미친짓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되면 혈압이 올라 술담배만 땡기고...

어쨋거나 가타부타 결정은 내려야 한다.

 

추경을 하지 못한 논은 설이 새기 무섭게 날만 좋으면 논으로 달려가 쟁기질을 하고

포크래인을 불러 방천난 논둑을 고치고 고랑을 파내어 물빠짐이 원활하게 해야 한다.

4월에 못자리를 하고 5월에 물을 대어 본격적인 모내기 준비에 오후가 되면 술참으로 먹는

술이 거나하게 취하게된다...

그리고 해질녁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논을 보자면

금값으로나 쳐져야할 쌀값이

거름으로 쓰는 소똥값만도 못하고 한번 씹고 뱉는 껌값보다 못하다...

현재 밥 한공기값 백몇십원 한다...

헌법에 최저생산비등 공익적기능을 하는 땅을 지켜내기위해 헌법명시하자는

운동이 전국방방골골에 울려퍼지지만

정부에선 그러거나 말거나 논에 타작물을 심으면 그에 따른 직불금을 내어준다고

김대중정부 시절 망해퍼먹은 짓거리를 또 염병지랄들 하고 있다...

 

 

언제나 삽질은 허리가 휜다...

내 고집으로 물못자리를 선호해서 하는거지만

십일모를 키워 농사짓는것보다는 모가 짱짱히커 병해충에도 잘 견디며

제나이를 먹어 모를 내놓으면 궂이 농약을 치지 않더라도

나락영그는 것이 십일모나 팔일모에 비할바가 아니다...

농사기술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명 무관심농법으로 자립갱생으로 키워내는

내 나락밭은 저리 처음에 삽질을 한다...

못자리판 만드는 기술이야 진즉에 터득해놨지만

그놈에 시간에 쫒기다 보니 미루고 미루어 하는 삽질이지만

그렇다고 십일모를 하지는 않는다...

몇해전 모내기 영업을 하느라 십일모를 해놓고 남의일 다하고

내것 하다보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후 절대 물못자리를 고집한다...

 

작년에도 가뭄은 심했다...

안올때는 퍼부어 대서 일못하게 만들고

필요할때는 한방울도 아까워 내려주지 않으니

일은 끊임없이 늘어나

하늘도 반동이라는 말이

거침없이 욕으로 나온다...

논에 물을 대느라 냇갈 뻘을 파내다 보면

 시궁창 내는 씻어내도 몇일간 몸에 베여 나고

또 고인물을 흘려 보내 모터를 연결해 대는 일은

물찾아 1키로도 넘게 물호스를 뻣대는 경우도 허다하다...

작년에 한해대책으로 관정개발은 허나마나 한짓거리였다.

중형 대형을 파버리면 소형관정에선 물이 말라버리고 마니

일부 지방의원들은 댐건설을 해야한다고 상모지리같은 이야기만

내놓았지 뾰족한 대책은 수립하지 못하고

탁상공론만 잔뜩 만들어 그렇지 않아도 성질난 민심에 불을 댄 격으로나

선동하고 다녔었다...

다시 둠벙을 파서 물을 가둬둬야 하나 하고 마른 논을 보고  피가 마르던 찰라

비가와서 한시름 놓자 싶었으나 논둑높고 밭하고 가까운 논은 방천이 나고 토사가 밀려

논을 덮어 버렸었다...

임시방편 둑을 만들어 놓고 물고관리를 잘한다 해도

논에 농약을 안치니 그놈에 땅강아지 지렁이 천국이여서

두더지는 횡제다 싶었는지 온 논둑을 다 헤집고 다녀

그 구멍으로 물이 새고 넘치면 방천은 언제 쌓냐 무섭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 물관리가 안되다 보니 물만난 풀은 폭발적으로 커버린다...

두어고랑 매다가 관자노리 목아지 핏대가 터질것 같아

농약사에가서 풀죽는약 달라 해서 제초제를 뿌린 논도 있다...

 

 

비갠뒤 논에 다니는 길은 멋지고 아름답고 편한함을 주지만

비 양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이슬이 내리고 거미집에 맺힌 이슬방울

논두렁 풀에 맺힌 이슬은 정신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그런 이슬털이에 재미를 붙이고 새벽잠 깨워 논에 나가다 보면

부지런한 농군으로 소문도나고 어른들의 칭찬이 마르지 않는다...

돈둑돌아보는 것도 때가 있고 밭일과 겹치다 보면 또 잊게되고

풀들은 지들 세상이나 만난것처럼 불덩이를 매고 한여름 뙤약볕과

맞장뜨게 하고 논농사가 그래도 편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발품팔아야 한다...

들은 모두 그림이다...

그런그림을 만들어내는것은 농민들이고

돈으로 환살할수 없는 공익적 가치들...

궂이 돈으로 환산하자면 162조나 된다하니...

농민들만큼 통크고 화끈한 예술가들이 어디있것는가...

 

 

 

가득차있던 논에 벼를 거둬들이면 뿌듯한 맘보다는 허망하고 허무하고 씁쓸한 쓸쓸함에 외로워진다...

기계가 좋아 너무 빨리 베버려서 그런가...

나락값이 싸서 그런가....

빈들을 보면 훌쩍 한살이 더 먹어 있고 가을 단풍에 가을 타는게 아니라

벼포기에 깃대어 사는 풀벌래 소리가 없어지고 누렇고 금싸래기가 없어지니 허퉁해서 가을타는게 시작되나....

그렇게 어릴때 부터 부모님 농사돕는 조력자로 한살한살 먹어 이제 마흔이 넘어 중년이 되었다...

밭작물은 농사로 안쳐도 쌀농사는 농사로 치는 이유도 일년동안 수많은 노력들 고루함들이 함축적으로 녹여나서 그럴것이다...

그리고 논이 주는 평안함들 밥먹지 않아도 내논에 물들어 가면 뿌듯하고 배부른것 같은 맘들 그런게 녹여있어서

농사로 보는지도 모른다...

차타고 들어오는길 눈에 덮힌 논에 눈이 간다...

올록볼록 눈이 녹으니 벼포기를 덮고 있는 눈이 올록볼록 해진것이다...

그 땅기운으로 벼포기가 한두포기보이다가 땅속에 모두 스며들면 또 논은 쓸쓸해질것이다.

눈덮인 논도 외로워 보이기는 마찬가지 였지만...

온통하얗게 덮고 있는 눈이 솜이불이나 되는듯해 외로움보단 좋다, 멋지다, 토끼몰러 가야쓰것다ㅋ

요런 맘에 잠시....

 

하아~~

사야것다....

대물림 안하기로 맘먹고...

내 아들이 농사 짓더라도 빚만은 안물려 주기로...

근데 그런것이 가능헐까...

너나 혼차 어찌고 잘살아라 해야하나...

애비가 준것 없으니...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념들 징그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