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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의 청춘

얼마전 아버지 절친 한분이 갑작스런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말씀이 급 줄어드셨다...

먼산바라보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몹시 안타까웠는데 또 절친한분이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자 다 뒤았다 하시고는 먼 옛날 추억들만 되세기셨다....

먼저가신 행천아저씨, 두현아저씨 그리고 병마와 싸우고 계신 한권아저씨....

친구를 다 잃었다 생각하시는 아버지는 더이상 면출입을 안하신다...

다른 친구분들이 나오라 하셔도 안나가신다...

그리고 아버지도 오른쪽눈 시력이라고 별 의미없다는 병원의사의 선고를 받았다...

다행이 염증이 가라앉자 시력검사판의 가장 큰글씨는 5자와 3자를 잘 구분하지 못하시지만

형광판만 보인것보다는 나아지셨으니 아버지는 다 보이신다고 잠시 가만 있지를 못하신다.

그런 아버지를 난 두고볼수 없어 미세먼지와 불티와 땀이 다시 염증을 유발하고

그럼 눈은 아조 실명될거라고 아버지께 운전도 못하게 어름장을 놓은 상태라

아버지는 며칠째 집안에 계시다

거그한번 가보자 말씀 하셨다...

한참 일 시작하는 나는 비오믄 모시고 가께요...

하고는 비오는 날 두분 모시고 꿀벌 칠곳 답사를 가게되었다...

 

부모님 두분 약간 설래시나 보다...

88도로가 이렇게 뒤았다냐...

나 수박 싫고 부산댕길적에 대구 댕길적에는 8톤 똥차 포도시 오르댕기던 길이 요로고 빤듯해져 부렀디야...

아따 그나 질 잘 났다...

 

구례로 들어와 간전다리 건널때 섬진강을 보시고는 아버지는 내가 60십살만 되얏다믄 느그 엄마 태고 유랑댕기것는디...

인자는 눈도 빙신뒤아불고 배랬다...

나랑 댕기믄 되제라우...

너는 농사 안질라가니야...

어찌다 한번 가는디 맨날 농사일만 하가니요...

 

내가 새끼들만은 농사 안시킬라 했드만....

그렁게 허라는 공부는 안허고 어따 니어주믄 승질머리 사나서 얼매 있도 못허고....

나 따라 고생헐까비 그랬구만 어찌고 니가 농세지어서 요로고 사냐...

 

제가 뭇을이요....

대꾸 없이 그냥 가다가는 눈물이 날뻔했다...

먹먹하고 답답하고 죄스럽고....

 

아지트에 도착하여 집구경을 시켜드리고 원두커피 한잔 갈아 드리고 최백호의 노래 틀어드리고

벌 놓을 자리에 가본다...

깔끄막 진 시멘트길 아버지와 다르게 엄마는 숨이 가빠 몇번을 쉬시며 올라오시고는

요런디도 못올라와서 요로고 숨가뻐 어찐디야....

 

깐닥깐닥 댕기믄 되제믄... 요런 답변이나 허는 나다ㅜㅜ

 

 

아부지는 엄마 손도 안잡아 주고 진즉에 여기저기 둘러 보고 계시고.....

날풀리믄 두분 모시고 오르기 쉬운 노고단 가볼라는디...

카트 요런거 구해봐야 허까....

 

 

뽀짝 서보시씨요...

다가설라는 아버지와 반대로 엄마는 언능 찍어라 ㅋㅋㅋ

그리고 얼음이시다....

 

쪼까 웃어보시씨요...

쌈했가니 고로고 승질난 사람같으시다요...

ㅋㅋㅋㅋ

오를때보다는 내려갈때가 편하다는 엄마...

사계절이 미친듯이 오가드만 난 45키로로 세월을 달리고 있고...

아부지 어무니 80키로로 세월을 질주하고 계신갑다...

움트는 꽃망울이 만개했을때 다시한번 모시고와 그 빨리 가는 세월 묶어놓고

눈썰매 타고 파도타는것처럼 즐겨 버릴테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사진한장 찍자 하면 씨알디 없다고 말씀하시고

절대 응해주시지 안해 도촬했는데

이제는 사진기 들이대도 그냥 그대로 계신다...

 

 

화개장터 김선주쌤 식당이다...

섬진강 까지 왔으니 참게탕 한번 드셔야 제요...

글자 먹자 해서 선주쌤 집에 찾아갔다...

맛나시다고....

근디 딱딱해서 드시기가 사납다고...

이빨조믄 맛난것인디...

이러시는 분들께 메뉴를 잘못택했나...

다슬기탕, 제첩국 이런것이 좋지 않았을까....

그래도 맛나게 드셨다는 말씀에 나도 선주쌤도 형수님도 안심하였다...

그리고 빙어티김... 맛나다.... 고로쇠 물은 덤으로 한병 얻어 마시고

그리고 늘 생각하는것이지만 뭇 드시고 자픈거 드시게 말씀 허시씨요

하면 아무껏이나 한끄니 때우믄 되제믄 하시고  간단한 음식을 시키신다...

요것이 마싯어라우 하고 무조건 배가 부르셔도 시켜놓고 봐야 한다는

진리는 다시금 느낀다...

빙어티김 드실래요 했더니 역시나 배부른디 뭇허러 시게야....

뒤았다이... 요러시는걸 딱 잘라 빙어티김 하나 주세요... 요래서 드셨다....

 

두분 오래오래 사셨으면....

손지손녀 시집장가 가서 증손지까지 보시고 오래 오래 사셨으면....

 

매표소에서 무리해서 올라가지 마세요 하고 들었다...

네에...하고 달려간다... 성삼제로....

시암제까지 눈이 없다... 도로상태도 좋고... 시암제 지나자 마자 부터 도로에 눈이 덮여 있다...

다행히 앞선 차량들이 있어 난 수월하게 오를수 있었다...

가끔 미끄러진 차량들이 어지럽게 밟아 놓은 곳에서는 나도 어쩔수 없이 지그재그 운전으로 악셀을

최고로 밟고 멈추면 못간다 그런 경험이 있는지라 제자리에서 눈이 튀길지라도 밟고 있으니

차츰 간다...

그래야지... 가야지 ...

아까부터 아부지는 내려가자 위험헌디 뭇허러 갈라고 그냐 하는 반면

엄마는 기왕 여까지 왔는디 냅두제... 다 지가 갈만헌게 왔는디...

이렇게 의견이 엇갈릴쯤 차는 쑤욱 올라가고 서고 반복이다...

아따 멋진거....

좋제요....

그렁게 좋다...

요런디가 어디있는지나 알었것냐...

지리산 지리산 말만 들었제 요로고 생겼는지는 첨봤다...

난 기분이 우쭐해져 핸들을 요리조리 돌리며 악셀을 연신 밟아 끝까지 간다...

온도메다는 진즉에 반 이상이 넘을똥 말똥한다....

 

 

햐~~~좋다...

진짜좋다...

허허이~~~

감탄사는 두분이 다 똑같으시다...

 

 

또 쪼까 웃어보시제^^

쌈허로 온사람들도 아니고...ㅋ

울아부지 웃으신다...

 

늘 이런 표정...

날이 확 개어 노고단 반야봉을 한번 보여주제만은...

연신 아쉽다...

날좋은 봄날 다시한번...

꼭 다시한번....

저곳을 올라오다니...

차 퍼지면 어쩌지 걱정하면서도

올라오고 보니 좋기는 하다...

저런디다 집지서놓은것 봐라이...

저리 한번 찍어봐라...

뭇 집이 멋지다고 그러신다요...

저짝으로 한 사십분 올라가믄 존디 있는디...ㅋㅋㅋ

노고단대피소...

그집보시믄 놀래 넘어지실듯...

꽃피고 날좋으면 꼭 카트를 끌고서라도 모시고 가야것다...

 

 

울엄마 언제 저로고 망구 뒤아부렀으꼬...

하이고 애통터진다....

 

엄마 손잡고 같이좀 가시제 마는 저리 혼자 막 가셔분다...

 

 

 

내려간다....

뱀사골로....

가기전 좌측 만복대 가는길...

무척이나 가고싶었다...

가고싶은 맘 꿀떡 삼키고.....

 

 

두분은 그렇게 흥분반 걱정반 무서움반 재미반으로 지리산 천은사에서 산내가는 도로를 경유하여

집으로 도착하였다...

차속에서 두분이 옛추억에 하시는 말씀들 어디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들...

먹먹 해졌다가도 웃기고 ...

짠하고 못내 아쉽기만 하다...

두분 건강하실때 못보여 드린것이 한으로 남것다...

자식들 걱정 집안걱정 다 내려 놓으시고 두분의 생각만 하셨으믄 좋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