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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피고지고...

새벽녁 양철지붕에 벼락때리듯 비가 내렸다...

비몽사몽간의 단잠에 취해 애써 눈을 떠보려 하지만 어느사이 또 눈은 감겨지고

아침이 되어서야 소리만 요란했지 땅에 스며들게는 오지 않았다...

상큼한 공기에 이끌려 동네한바퀴 돈다...

습기많은 들녁 겨울을 뚫고 이르게핀 꽃은 지고 봄꽃 천지가 되었다...

 

 

광대나물 밭둑이나 논둑에 존재감 확연히 드러낸다...

초록과 분홍 물방울까지 지금은 이쁘기만 하다...

곧 풀 꼴 못보는 농민들은 약을쳐서 없애는데도 해년마다 이시간 되면 꿋꿋히

피어난다...

매화는 시들어 간다

꽃이 지면 연녹색 잎이 나와 금세 초록물을 들일준비에 한창이다...

봄이 벌써 이만큼 왔구나...

냉이

말냉이

태극이네 마카밭이다...

해장이나 한그릇 허라 가자 하고 밭에 가보니 이른시간 벌써 문 열어두고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주변 꽃구경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다가 전화해보니 집이란다...

해장하러 갑시다...

인균이형 집 뒤안 밭에 산수유...

밭을 갈아놓아 서로 물들어 있다...

 

공음면에 매일식당이 있다...

그 예전 종민이 아버지께서 정육점을 내어 시작했던 매일집

그후 다른 어머니께서 매일집이라 하여 국밥집을 하셨는데

일명 다께미식당이라 하였다.

그 이유는 잘은 모르지만 그 주인아버지의 아버지가 일본사람이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정확하지 않은 매일집의 유래는 많다...

지금은 내 친구 누이가 장사를 한다...

누님 밥주쇼

아침 일찍 왔네 하고 공기밥 가득 국물보다 고기를 더 많이 담아 내놓으신다...

정까지 담긴 뚝배기 사발 한그릇 배부르다....

채지 맛나다...

미나리 무침 아삭하니 국밥맛을 더한다..

첫주인이셨던 종민이 아버지의 예명은 장사이다.

힘이 세셨다 한다 씨름대회에서 항상 우승하셨다 하니...

그분들의 일화이다.

자동차가 귀한 시절 소 구르마가 화물운반수단이었던때

우리마을에 세택이란 아저씨가 계셨는데 그분 또한 장사셨다 한다.

남들보다 곱절의 짐을 실고 힘께나 쓰셨다하니 배꼬리도 크셨고

음식또한 배를 드셨다는데 종민이 아버지께서 고봉으로 국밥을 말아 주시고 다 먹을 참에

어디 양은 차는가? 하고 울동네 아저씨께 묻자...

이까짓 것으로는 기별도 안가요 하니

그려 하시고선 또 다시 고봉으로 빡빡하니 국밥을 내주셨다 한다.

울동네 아저씨 먹어도 먹어도 굴지않는국밥을 억지로 다 드시고선

그날로 짜구 나셔서 며칠을 앓아 누우셨다 하는 국밥집의 털털한 일화이다.

 

난 한그릇 다 비웠다...

배불러 기별이 안간다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ㅎㅎ

마을에 오니 개나리도 훤히 피어있다...

촉촉히 물을 머금은 개나리 곱다...

개나리만 고운것은 아니다 내 동생 정원이 엄마  석장이떡 연세드셔서 귀도 안들리시고

혼자말씀을 하시는 매력을 가진 어머니도 곱기는 마찬가지다...

카메라 들고 있는 나를 보며 하시는 말씀은 매일 똑같다.

하하하 사진은 잘찍어 맨날 사전 가꼬 댕긴당게....히히히

지극히도 나를 어여삐 해주시는 어머니중에 또 한분이시다...

그나 돈은 얼매나 나오는고 그 사전 다 뺄라믄 ㅋㅋㅋㅋ

물방울 속에도 또 세상은 존재한다...

잠시겠지만 그속에 나무가 있고 풀꽃이 있고 하늘이 있고

매화도 있다...

비개인 아침 새 지저귐만큼이나 평화롭고 상큼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