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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

내논에 나락 다 비었다....

바람이 거세게 분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걱정스러움이 앞서더니 이내 일을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듯
일에 열중하게 된다...
일도 열중하게 되면 꼬시고 맛나고 재미나고 그런 맘이 든다... 밥 먹으라고 해도 조금만 조금만 더 하다 먹게 되는게 우리들인가 보다...
바람이 부는 대신 날은 청명하니 좋다...
말이 살찌는 계절...
나는 뺏뺏 야위는 계절...
뭔가가 쪼까 거시기 허다 ㅋ

농촌공사에서 돈을 대주고 30년상환으로 벌게된 논이다...
임대료 대신 1년에 1%로씩 내논이 된다고 하는데... 그것이나 저것이나 맨 똑같다... 노예로 사는것....
30년동안 논값 갚다 보면 60도 넘는다...
차띠어 보고 포띠어 보고 하면 남는것도 없다... 특히 쪽제비, 쥐새끼 삽질정책에 나같은 농민들은 땅넓을때 땅파야 될지도 모를일이다...
아~ 내가 미친건지도 모르겠다...

어쨋거나 날이 좋다. 오늘 일은 거진 마흔마지기를 넘길것 같은 예감이 들자 회장님도 나도 번갈아 가며 조수를 타고 번갈아가며 기사를 탄다..
그러니 일이 재미있을수 밖에 그제 내린 비로 허리아프게 튀던 콤바인도 턴이 자유롭다...
억세는 투명한것인지 하얀것인지 모르게 사람마음을 설래게하고 비어지는 논에서는 씁쓸함이 감돈다..

점심때가 되어가니 자꾸 집쪽을 보게 된다.
군침이 돌고 살짝 뱃속이 쓰린듯한 기분 후딱 맷바꾸만 더돌고 밥먹으러 가야겠다...
날씨가 하도 추워서 바람을 피해 밥을 먹기로 하였다... 1조 2조로 나뉘어서 아버지와 내가 남아 나락을 비어내고 회장님과 동기성님 영기리는 먼저 가서 밥을 먹는다...

집에 가니 산심아짐이 와서 식사를 하고 계신다...
들밥은 원래 여럿이 같이 먹어야 맛난법이다..
어머니는 맛나게 먹어주는 일꾼들 모습이 좋으셨던지 칭찬이 많으시다..회장님의 털털하게 밥한공기 뚝딱 먹고 일어난거 동기성님은 얼지에 밥한공기 더  비벼먹은거 밥하시느라 고되고 불편하셨을 텐데도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그런것도 다 잊으셨나 보다...

큰집 큰누님이 아따 영태야 니 논은 어치코 그로코 노래디야 니논 지나가믄 훤해서 맘이 밸시릅드라...
아따 좋드라...
누님의 칭찬에 내 입이 귀에 걸려버렸다...
사실 무관심농법의 창시자나 다름없는 내논에 별일이다 싶다....

작년에 날이 좋아 거름을 많이해 득을 본사람들이 올해에도 더 몽땅해서 나락이 까맣게 떠서 쭉정이가 많은데 내논은 그러거나 말거나 심어놓고 가끔 잊을만 하면 한번씩 가서 물대주고 식물의 발아력을 믿어서 그런것인지 암튼 나락은 끝내주게 좋다...
작년이나 올해에나 수확은 비슷비슷 한거 같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께서 아침저녁으로 내 논을 안 보셨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콤바인으로 갓을 돌다가 보니 포리똥이 있다...
와따 오랫만에 보는 것이다.
어렸을때 오째랑 니째랑 두째랑 씨둥이들이랑 고만고만한 뽀리똥따서 내것이 크네 내것이 다네 하던때가 엊그제 같은디...


암튼 따서 먹어 보았다..
맛은 뜨릅다... 뜨르면서도 약간 달보드레 한맛.. 논뚜렁만 깍고 어덕및은 손도 안댔더니 포리똥나무,자귀, 쑥대 갈대 안난것이 없이 다 잘 자라있다...
그런거 키우는것도 농사로 치면 남들보다 못할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