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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덕유산 육십령에서 향적봉까지...

지난 26일 덕유산을 갔다...
며칠째 정신적 스트래스와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와 가려움에 밤잠을 설칠정도로 피곤하였다...
추수가 끝나고 쉬지 않고 소주맥주 가리지 않고 짬뽕술에 폭탄주를 마셔대다 보니 몸뚱아리와 내장에서 대규모 시위라도 벌이는듯 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살이에 염증이라도 느낀것이었던지 재미도 없었고 감정조절은 오락가락 하여 티비 연속극이나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어린이 사람들을 보면 감정이 복받쳐 콧물까지 흘리며 눈물을 참지 못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매사에 불만이 쌓이고 믿지못하고 내 마음속에 감옥을 만들어 벽에 헤딩만 하고 있는 꼴이었다..
24일 밤에 부안에서 오랫만에 만나는 동생과 누님 형님을 만나고 집에 오니 술이 모자라 또 집에서 혼자 마신술에 정신을 잃고 점심때까 다되어서야 눈을 뜨게 되었다...
천장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가 양다리를 공중으로 들어 올려서 벌떡 일어나 큰베낭에 침낭이며 월동장비를 챙겨 무작정 출발한것이 덕유산이다...
백두대간을 하면서 산장이 있고 부담이 덜하는 산이라고 입력되었던지 그리 가게되었다...
친구와 선배 몇명에게 같이 산에 가자고 하였더니 모두 바쁘다고 한다...
그래서 언제나 처럼 나홀로 산에 가게 되었다...

장계에서 하룻밤을 묵고 마트 문 열릴때까지 장계면 한바퀴 돌아보고 라면이며 햇반을 사들고 육십령으로 출발하였다...

 

육십령 고개 10년도 넘어 와보니 원래 이렇게 생겼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라북도 장수군 장계면과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으로 나뉘어 지는 곳이다... 담배한대 피고 발목과 무릎 허리 요리저리 돌려가며 몸좀풀고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한다.... 

 

쉬지않고 한달음에 할미봉까지 올랐다.. 땀이 흥건하게 젖어 있어놔서 잠깐 쉴까 했더니 바람이 얼찌나 차고 세차게 불어 대던지 금새 땀은 식고 오싹거려 물한모금 마시고 덕유 주릉을 향해 출발한다...
운섭이 형님이 겨울장비 안빌려 주었으면 바로 하산했을수도 있었다...
보온장비는 잘 챙겨야 겨울산의 묘미를 만끽할수 있을것 같다...

 

 

할미봉에서 바라본 덕유산 서봉과 남덕유산...

할미봉을 내려서면서 만나는 다소 성깔좀 있는 릿지구간이다...
봇짐이 작다면 그냥 폴짝폴짝 뛰어내려갈수 있겠지만 봇짐 크기만큼이나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럽다...

 

할미봉에서 서봉까지의 길이 좀체로 굴지 않는다...
예전에도 이랬었던고 하는 생각과 쉬지않고 혹사시킨 몸뚱이가 자꾸 주저앉게 만든다...
어이 사자씨 쪼까 쉬었다 가게 요럼시롱...

 

서봉에 오르기 20여미터 못미쳐 환장부르스 추게 춥고 고산등반이나 하는 것처럼 한발짝 떼고 쉬고 한발짝 떼고 쉬고....
할미봉에서 마셨던 물병에 얼음이 얼어버려 물도 못마시게 바람은 차고 콧물은 줄줄 흐른다...
그러면서도 바람이 찬만큼 속까지 시원하다 머리속도 시원하여 기분은 좋다..

 

 

서봉 뒤로 남덕유가 보인다... 금방 손에 달듯 하지만 여기부터 또 한참을 내려가다 올라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길은 아니다...

서봉에서 바라본 덕유주릉...

 

서봉 파노라마...

 

며칠전에 온 눈이 아직 남아있어 가끔 감탄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눈은 아직까지 그리 미끄럽지 않고 뽀득뽀득 소리나는 눈이여서 그런지 아이젠을 차지 않아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넘어지면 골로 간다판단되어져 한걸이 조심스럽다.
그리고 왼쪽 무릎에 통증이 점차 가중되어 점점 속도는 느려진다...

 

남덕유산 1507M 어찌나 바람이 거세던지 후딱 내려와 버렸다...
연실을 풀기도 전에 연이 날아가버릴정도로 세다....
남덕유에서 내려 삿갓골제 대피소까지 가기가 그리 힘들고 많은 시간이 걸릴줄은 몰랐다...
예전에삿갓제 대피소까지 얼마 안걸려 간것 같아 우습게 보았다가 절규에 가까운 용트름을 하며 가는 삿갓봉을 캐다 옮겨놓고 싶은 심정이다...
무릎통증이 이젠 분리되는듯  아픔으로 온다...
절뚝거리며 가는 터라 오른쪽 발목에 더 힘이 가해지니 발목도 통증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그동안 받아왔던 스트래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것 같아 마냥 좋았다...
속마음에 그려 깐닥깐닥 가불게... 산을 느껴보게 하면서 기분은 맑고 좋았던것 같다...

 

대피소에서 하룻밤 자고 새벽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질것 같다...
초롱초롱한 별이 마음을 흔들리게 했지만 그리 뜨겁던 마음이 한번 냉정을 찾고 보니
언제 다 식어버렸는지 좋다! 좋다! 이러한 맘뿐이다...
코고는 소리와 시큼한 발냄새, 취객들의 술냄새 잠이 들것 같지 않았지만 어느새 새벽인지 사람들의 두런두런 봇짐챙기고 하는 소리에 깨어 햇반과 라면을 끓여 아침을 먹고 해뜨는것을 보고 짐을 챙겨 무룡산을 향해 가는데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저 맨끝 끄트머리가 향적봉인데 금새 갈것 같은데 절뚝거리며 해찰은 해찰 다 해가며 넘은 뮤룡산에서 본 중봉과 향적봉 멋지다...

중봉에오르기전 동엽령을 넘어 잠쉬 뒤돌아본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검나게 와부렀네이...
왔다 처그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보이고 흐미 멋져분거.....

 

덕유산의 상징 살아 천년 죽어천년 주목나무다....주목숲 군락지가 나오면 덕유산 종주산행은 거진 마침표를 찍는다...
육십령부터 오면서 삿갓제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거진 전세 낸양 오던능선길이 향적봉에 다다르니 사람들로 붐빈다...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 롱코트에 구두차림의 사람들도 있다...
스키장의 곤도라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향적봉을 많이 찾나보다...
나도 백련사로 내려 갈려고 하였지만 무릎통증도 통증이지만 할머니 기일이 하루 앞당겨져서 부득이하게 곤도라를 타게 되었다...

 

향적봉대피소에서 남아있던 라면과 햇반 카레를 모두 먹어버렸더니 배가 터질라고 한다....
1박2일간의 산행을 하면서 술을 권하는 산친구들에게 술 안먹을라고 산에 왔어라우 말하니 숨넘어가게 좋아한다... 나도 두어명 동지들과 왔더라면 저 산친구들과 같이 밤새 마셨겠지만 나름 정신병 치료차원에서 온 산행이었던 차라 스스로가 대견하고 멋진 산행이었던것 같다...

 

스키장에선 인공눈을 뿌려놓으니 나무에 상고대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튼날엔 날씨가 좋아 반팔만 입고도 산행할수 있을만큼 날씨가 좋았다...
육십령고개에서 하는 덕유산 종주산행은 힘들었지만 뿌듯한 무언가의 마음을 담아볼수 있었다.. 말로 설명도 안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오랫만에 느껴본 냉정이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좋다. 내려온 다음날  형님들과 이야기하다가 술마시며 기절해 버렸지만 마음이 편하니 정신상태도 좋은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