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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

씻나락 낙종...

이른 아침 잠도 덜깨고 술도 덜깨 묵직한 몸뚱이를

일으켜 종훈이 집으로 파종기를 빌리러 간다...

늘상 느끼는 거지만 안개낀 풍경도 그림이다...

운전해야 하는데 눈은 멋진풍경에 사로잡혀

고랑으로 들어가기 일보직전에 핸들을 돌리고 한다...

 

오늘은 씻나락 낙종하는날

부지런한 종훈이와 해장 담배한대씩 나눠피고 집으로 오는길에도

안개는 갤 기미가 없다...

 

파종기를 맞치고 커피 한잔 씩 마시고

시작하는 시간 10시

사람이 모이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하다보니

시간이 금새 간다...

 

 

 

내가 선장이나 되는것처럼

각자의 위치를 정해주고 시이작과 함께 기계는 돌아간다...

서로 말한마디씩 하던 소리는 온데 간데 없고

그저 기계소리만 귓전에 울려퍼진다...

농사일에는 도가 튼 양반들...

 

난 제일 쉬운 씻나락 붓고 덮는 흙 담는 위치에 서서 이곳 저곳 살핀다...

 살피나 마나지만 난 내 할일만 잘 하면....

 글고 워낙에 전문가들이라서 그렇다...

그래도 내가 주인이라고 흔쾌이 종자를 보라시는 울 형님들....

 

 

48시간 소독하고 반나절 찬물에 담구고 새벽 2시에 물을뺴서

틔운 싹이다...

마치맞게 틔웠다...

요런걸 보면 나도 전문가 다 되었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지휘아래 묵묵히 일만 했는데

어느사이 내가 모든걸 다 알아서 하는 농사꾼이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벌을 돌보시다가도 오토바이 타시고

휭하니 둘러 보시고 뭇 필요헌것 읍냐?

술 가꼬 오끄나?

안주 고기좀 구워 오끄나 ?

하시고 또 벌 보러 가신다...

 

 

 

버스회사에 다니시는 큰형님이 오셔셔 한몫하신다...

부지런한 농사꾼 조카 석현이도 와서 삼촌일을돕고

일은 순조롭게 잘 돌아간다...

 

모판에 흙이 담아지면 물을 뿌려주고 나락을 뿌리고 흙을 덮는것 까지 전자동이다...

울 당숙모 시상 좋아졌다고 하시면서 정신은 없다 신다...

기계가 열목을 하지만 그만큼 사람 골병들게 하는것은 좋은게 좋은것만이 아닌갑다...

막걸리 한잔씩들 하면서 싸목싸목 못자리 하던때가 그립다....

더둡더라도 그렇게 농담섞여가며 농주한잔씩 하는게 훨씬 정겨운것 같다....

 

 

 

 

 

세시간만에 1800장의 모판을 다 끝냈다...

몇번의 오작동으로 쉬면서 했지만

안쉬고 하면 두시간도 안걸릴듯 하다...

 

 

 

일이 끝나고 먹는 밥은 꿀맛이다...

우리 어머니 음식 솜씨는 마을에서는

소문이 났다....맛나다고...

그리고 막둥이 아들 밥먹는거에 늘 안타까워 하시는 어머니

밥을 반이나 밖에 안묵는다고 하시면서도 늘 고봉밥을 퍼주신다...

팍 덜고 주씨요 해도 한수저도 못 덜고 주시는 어머니...

더 덜고 주씨요 하면  그놈이나 묵어야 힘쓰제 일허는 사람이 어찌고 그런디야

하시며 반수저 더 덜고 주신다 그래도 고봉밥이다^^...

 

인삼밭 약까지 다 치고 났더니 해가 저문다...

아니 해는 넘어 가불고 석양이 물들어 참 좋다...

뭔가 설명할수 없지만 요런맛에 농사 짓나 하는 생각...

멋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나....

제발 제값이나 한번 받아서 더욱 안전한 먹거리 차려봣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