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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그제 어제 그리고 오늘....



무엇인가의 갑갑한 마음...
헤어나질 않는다..
답답하고 갑갑하고 풀리지 않고 그저 그렇게 사는 세상사...
항상 꿈꾸어 사람답게 사는 삶....
억지 부리는 철부지로만 치부되는 세상이다...
내 심장속에 솜이불을 두텁게 덮어놓았는지 ...
자꾸만 걷어 차고 싶은 욕구가 가시질 않는다...


며칠전 콩수확이 끝나고도 한참만에야
아버지께서 다 하실줄 알았던 콩 선별을 외갓집에 가서 내가 하기로 하였다..
아버지는 항상 바쁘시다...
서울로 쌀도 찧어 보내야지...
배추 뽑아다 손질하여 간도 하여야지...
김장배추속으로 들어갈 양념도 만들어 놓아야지...
모두 어머니 일이었던 것이 이제 아버지 일이 되어버렸다...
세월이 그렇게 아버지도 어머니도 변하게 하였다...
그리고 농민병...
골병...
지금 72세인 어머니 아직은 동네에서 아가씨 소리를 듣는 나이이신데...
논밭 많고 자식새끼 많으니 노동과 맘고생으로 한순간에 할매가 되어버렸다...

너따라서 큰외삼촌 한번 보고 올란다 하시며 따라나선 어머니 친정길...
감회가 새로우신가 보다...
신작로라고 해봐야 흙먼지 날리던 시절의 이야기
질깔라 먹기위해 논으로 밭둑으로 해서 찾는
친정이 그리 그립고 설래어 가도 가도 길이 굴지가 않았다던
어머니가 어느날 부터인가 친정은 별로 가고 싶지도 않고 지금 사는 집이 오히려
친정나들이해도 오고 싶었다고 하신다...
그러시면서 가는내내 옛 추억을 내놓으셨다...
외할버지께서 노름을 좋아하셔서 문전옥답 다 없애고
시장게에서 금구로 이사를 가셨다고 한다...
외할머니께서는 어머니가 어렸을때 돌아가셔서
이제는 외할머니의 성품이나 아련한 향수만 남아있고
얼굴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신다...
부자집 큰며느리로 사신 외할머니는 밭도 잘 못매서
사람들에게 시장게 떡은 밭맬지도 모른다고 놀림도 당하셨다고 하신다...
그리고 외할버지는 딸네집에 자주 놀러 오셨는데 얼마나 미웠는지
난중에는 아는체도 하기싫어 숨기도 하셨다고 한다...
할머니의 시집살이가 괴로우신데다 외할버지는 자주
친할버지께 돈을 꾸어 가셨는데 그걸 할머니가 아시면
며느리 갈굼이 시작되었나 보다...
그러시고도 또 시간이 꽤나 흘러 할머니의 시집살이가 편할까 하면 오시니
어머니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것 같은 마음에 가슴이 오그라 들어
항상 할머니께 죄인처럼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다고 한다...
외할아버지와 친할버지는 서로 마음이 잘맞아서 술도 한잔씩 하시곤 하셨는데...
느그아부지도 너같이 큰 붕어 잡아다가 할아버지 생신때 쓸라고 짐들애 놓았는디
할아버지께서 외할버지가 오시니 짐들애 놓은 붕어나 쫄여서 술상봐온나 하셔서
어머니는 어쩔수 없이 술상을 차렸는데
할머니께서 얼마나 구박을 하셨던지 지금도 할머니께 서운한 맘이 있다고 하신다...
그렇게 어머니는 외할버지의 딸집 나들이에 가슴졸이셨나 보다...
외할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시고 큰외숙모께서 어머니를 딸처럼 돌보셔서
어머니와 외숙모는 또 너무 각별한 사이이시다...
어머니도 농사짖는데 외가집을 찾으시면 깨야 콩이야 감이야 보퉁이에 가득 담아놓으셨다가 암말도 말고 가져 가라고 하신다...
그런 성품이 고모한테도 어머니는 하신다...

큰외삼촌과 어머니....
막내외삼촌이 계시지만 어머니도 큰외삼촌과 같이 계시니
막둥이 티가 난다...

세째 삼촌과 외숙모 조카가 콩을 가져가서 혼자 고른다고 하니
허허 웃으시며 네가 어찌고 헌디야 이리 가꼬 온나 하시면 두분이 선별해주신다..
선별기가 있지만 사람손보다 못하다 시간도 많이 들어가고 또 두번일을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세째외숙모도 이제 꼬부랑 할매가 되어버렸다....

 

큰외숙모시다...
지금도 나를 보면 내강아지라고 하시며 궁둥이를 토닥거리시며
나몰래 눈물 닦아내시는 우리엄마의 엄마와 같으신분...
항상 뭔 입맛이라도 따세야 하는디 암껏도 없어서 어찐디야 하시면서도
도깨비 밥상을 만들어 내시는 분이시다...
얌전하시고 음식솜씨 좋으셔서 대산면에서는 알아주시는 새색시였다고 한다...
우리 외삼촌도 약간은 외할버지를 닮으셨던지 급한성격에 항상 큰소리시고 꼬장꼬장한 성격탓에 무서운 삼촌이셨다..
항상 본이 뭣인고 성씨가 뭣인고 하시며 내혼을 쏙 뺴놓으셨던것 같다..

어제 집회를 다녀왔다...
전북도청에 김완주가 있는곳에 가서 농민도 사람이다라고 외쳤지만 메아리도 돌아오지 못하였다.. 울분이 삭히지 않는다...
어떤 농민분중에 한분은 저작식 드런놈이요...
지가 지금은 도청을 지키는 도지사 이지만 임기가 끝나보쇼
댄방에 감옥행이나 하는 도둑놈들이요... 하나되어 바꿀것은 전북이 아니라 김완주요...
그러시면서 노래를 두번이나 반복해서 이제 젊은이들이 나서서 싸워야 한다는 한말씀 하시고 뒤에 앉으셨다...
더러운 놈들... 우리는 그래서 더 공부를 해서 이자리에 오지 앉았냐고 하는 놈들도 있었다...
그자리가 더러워 출세길 마다하고 농민과 같이 노동자와 같이 그 새파란 청춘을 현장에서 바친사람들도 있다 이 개자식들아 외쳐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것이 챙피한줄이나 아는놈들이라면 좋으련만....
입만 아프지....
역사는 언제고 재평가를 해줄것이다...
지금 약오르고 울분이 치솟아도 세상은 안다...
난 욕하고 돌아와서도 다리뻗고 잔다 이 더러운 놈들아....

오늘
누님들이 내려 왔다... 혁이를 대리고 .
김장을 하러...
 나도 한번 솜씨를 발휘해 본다...
아! 내 칼솜씨도 녹슬지 않았다...
배추속에 넣을 양념을 만들려고 당근 채를 써는데 재미있다...
나도 주방장이나 될것을...

채칼로 썰은 당근은 너무 두꺼워 못쓰겄다고 어머니는
내가 칼로 썰으라고 하신다...하하하하....

혁이가 내 등에 기대어 퍽어나 시끄럽다...
뭐라고 꽁시랑 대는데 응.. 응..만 하고 바라보지 않았더니...
내얼굴을 돌려 이렇게 말한다...
아빠 혁이가 말하잖아 나 봐봐...
내 얼굴에 싸인펜으로 색을 칠해놓고 지워준다고 펜 뒤 끝으로 쓱쓱 문지른다...
아빠얼굴이 빨개지도록...ㅋ

그리고 작년 추석에 선물로 들어왔던 술 다 먹은줄 알고 흔들어 보면 찰랑찰랑 맑은 소리를 내며 나를 유혹하던 술병...
오늘끝이 났다...
어머니께서 그 뱅으로 찬지름뱅 할랑게 재떨지 마라고 신신 당부 하셨는데...ㅋ
누님들과 같이 한잔 하고 싶었지만 혁이의 거취문제로 영어를 하는 통에 그냥 홀짝 홀짝 했더니 취기가 오른다....
참 농민으로 사는것이 참으로 멀고도 험허다...
난 언제나 참농민으로 살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