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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땅소리의 일과...

요즘 눈꼬뜰사이 없이 바쁜계절이다..

그러다가도 잠시 쉴참이 있는것이 농사의 큰 매력인가 보다...
비가오면 농민들에게는 생일날 같기도 하고 하루 편히 두다리 펴보고 늦장을 부리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한창 논에 물을 잡고 초벌 노타리를 치는 경우에 탑이 있는 트랙타는 비가와도 일을 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내 트랙타에는 탑이 없기에 비오는 날에는 논다^^
이날도 비가 어중간히 오고 논에 물도 덜 담아 있고 해서 선홍이형네 우사 한켠에 지어놓은 관리사에 도배하러 갔는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사람만 많았지 먹고 노는것에 정신이 팔려 도배는 다 하지도 못하고 옻닭과 술만 마시고 놀다 왔다^^
형! 냉게놔 낭참에 비오믄 가서 해줄랑게^^

날이 밝아 오면 꽃가루가 왕성할 시간이 있다...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수박 수정을 시켜줘야 한다...

자연수정을 시켜야 더욱 과실이 튼실하다고 느끼면서도 효율적으로 수박을 키우기 위해 인공수정을 시켜준다.. 3번과와 4번과 마디수로는 17~19마디,21~24마디에 수박을 달아놓는다... 수정할 시기가 되면 5일전에 가장 세력이 좋고 우수한 순을 골라 일명 순돌리기를 한다...3번과와 4번과를 알아보기 쉽게 하기위해 하는작업인데... 얼마나 고되고 성가신 일인지는 자다가도 꿈을 꾸며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한다...

수정을 마치고 나면 논으로 향한다...마을앞에 심어놓은 이팝나무...이팝나무 꽃을 보고 그해의 풍년농사인지 흉년농사인지를 점친다고 한다...
꽃 정말 탐스럽게 많이도 피었다...
우리논에 나락이 저로코 많이 달려야 하는데... 어찌된것인지 난 무관심 농법의 지존인이라 해마다 피는 저리많이 달려도 나락은 여영 신통치가 않다...
이팝나무를 뻔딸기를 하듯 보리가 실하게 영글어 간다...

논에 물을 대고 노타리를 치는데 생전처음보는 새가 무리를 지어 나를 따라다닌다 비행이 멋지다... 유달리 이 논에서만 군무를 하듯 비행하다 사라져 버렸다...

어찌나 빠르게 날던지 클로즈업하여 사진찍기가 힘들다... 휴대폰 사진의 한계인가 조작방법을 모르는 내머리의 한계인가 한참을 그렇게 셔터를 눌러대가 나도 내갈길을 재촉해본다..

종호형은 올해에도 직파를 한다... 나보다 더 무관심 농법의 소유자이다...
택배일을 하다가 지금은 농약사를 차릴려고 배달을 한다..
박사가 다 되어 농사에 대해 지식이 많아 졌나 보다...
밤에는 경제학을 공부하러 정인대에 하루도 빠지지 않는 학생이다...
아버님의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대학을 포기하고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잊고 지내던 공부가 생각이 났던지 꽤 열심히 공부한다...
중고등학교때 학생회장을 지내고 우리 써클의 회장도 했었다... 그때는 뒤지게 맞고도 친하게 지냈던것이 아이러니 하다 ㅋㅋ...

일을 마치고 시정에 오니 참새들이 꽤나 지저귄다....
시정바닥이 참새똥과 알에서 갓 부화한 참새 새끼사체가 징허게도 많다....저 참새 나보고 뭐라고 하는것 같기도 하고 나보고 무얼 내놓으라고 시비거는 것 같기도 하면서 훠이 악을 써보아도 꿈쩍도 않는다...

요놈의 새는 트랙터 마후라가 뜨겁지도 않은지 꽤나 오랫동안 앙거 있다...
겁나게 뜨거울턴디^^ 차리리 거그앙거 있다가 익어부러라 술한잔 허게 ㅋㅋㅋ

뉘집개인지 모르지만 내가 어떠한 인간인지도 모르고 꼬랑지 치며 달려 온다... 참그놈 요샛날 ㅋㅋㅋ ....

용선이 할머니 이시다... 용선이와 나는 생일이 하루 사이로 형과 동생이 되었다... 꼬치까리가 끼어서 그렇지만 용선이와 난 그냥 친구로 지낸다... 하지만 형수씨한티는 절대로 재수씨라고 하지를 못한다...
아무튼 할머니께서 나한티 이렇게 말씀하신다... 아따! 어찌고 여시알 보까먹게 딱 마쳐 부렀냐 영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모판을 내왔는데 할머니도 그 마지기수 가남이 있고 나도 대략 모 량을 조절하면서 심었던것이 모자르지 않고 남지도 않고 딱 맞게 끝이 났다...
그러면서 술참으로 내오신 봉투를 여신다... 나는 술 못헌게 찌께만 따라라 하시면서 맥주 한병을 다 드셨다.. 그리고 손주를 위해 이양기 삯도 봉투에 넣어 오셨다...

그제 자전거 여행을 하는 용환이가 집에 왔다... 나는 논으로 싸돌아 댕기면 용환이는 고추밭에서 말뚝을 박느라 정신이 없다... 그것도 혼자 하는 일인지라 재미도 없을 것이고.... 그래도 불평불만 없는 동생이다... 일을 마치고 민물매운탕집에서 메기매운탕을 먹었는데 거참 비오는날 분위기에 딱 들어 맞는 음식이다.. 하나 아쉽다면 수제비를 안띄워서 약간에 아쉬움이 남지만 얼큰한 국물맛이 소주를 자꾸 들이키게 한다...

메기매운탕을 다 먹고 입을 괘안히 해주는 슝늉...
배가 불러 움직이기도 싫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