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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

추수....

나락을 비면은 뭇헐것이여...
이슬이 걷히고 살랑대는 바람을 따라 논 한바꾸 채 돌지도 못하고 수렁에 빠져버렀다...
하루 일진이 좋지가 않다...
포크래인을 이리저리 수배해보며 형들에게 전화를 건다...
수렁에 빠진 당사자는 의욕상실인지 전화를 하거나 말거나 담배만 피워댄다..
요즘 포크래인도 바쁜지 쉽게 사람을 구할수가 없다...
한참만에야 포크래인 기사가 와서 잠깐 빼주고 10만원을 받아간다..
아주 기절하시겄다...

기계를 가진 사람들 마음이야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찌까 너무헌다 싶다...
건모성님 뭇허로 농사 짖소!
진짜 약올라서 농사 못짖겄소!
내년부턴 때려 치워부러야지....
너는 내년부터 뭇해먹고 살라가니 그러냐!
그러고는 별말씀이 없으시다...
원체 느긋하시고 조용하셔서 그런것도 있지만 본전도 못건지는 이따구 논농사 때려 치워부러야지...
그나마 신발까지 벗겨져서 콤바인과 씨름중이다...
포크래인기사는 내가 연장 가지고 온 사이에 가버렸다...
얼마나 더 부화가 치미는지...
완전 미치겠다...
우리가 봉도 아니고...
이리뺏기고 저리뜯기고 아주 갈가리 찢겨진 심정...
알까?
연장 가질러 가면서 건모형님 운전을 하셨는데...
여유만만이시다...
가는 차들 다 인사하시고...
가는곳 마다 나락 다 비었네...뭇했네 하시며 운전하시는 모습이 숨통을 더 조이는 것 같다...
표현은 못하였지만...
어메 깝깝해 환장하겄는거...
연장을 빌려 오면서 영태야 음료수나 사러 가자...
하시길래 그냥 제가 운전할께요...
하고는 피~융~가버렸다...
한마디도 하지않고 십여분 달려간 논까지 몇년걸린거 같다...
가는길에 보아두었던 흙집 참 시원하겠다 싶다가도 씁쓸하다...
다들 어디로 갔을꼬...
에잇! %$#@^#
2시가 넘어서 시작한 벼베기가 11마지기로 땡!
아저씨들 건모성님을 놀리신다...
건모야 그래도 빨래줄에 쐬주한잔 허고 가야허지 않겄냐...
오늘 나락도 검나게 나왔구만...
건모형님 앓느니 죽어야제 갑시다...
뭣이 약될지 모릉게 넣어 둬야제...
다들 웃고 향한 매일집에서 아주그냥 씹어가요부터 욕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 쥐눈꾸멍같은 놈에 새끼가...
부터 술판이 끝날때까지 그치지가 않았다...
쥐박아 우리도 좀 살자! 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