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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월 날좋은 날에...

잉감이 지지리 밥 먹지 말고 병원 일찍 끝난게 열한시에 고창으로 나오라고 허드만

혼차 밥먹는다고 허네 하이그 징헌네메 잉감....

엄마의 넋두리시다...

 

아침 전북대학병원 안과 검진 받으러 가신 아버지께서

11시쯤 고창에 도착하니 같이 밥먹자고 어머니께 당부하신 말씀이신가 보다...

 

모양성제 첫날 우리 건동사람들 아니믄 굿도 못치는가비드라

느그 성들도 모다 굿치러 가부러서 동네가 허퉁해야...

느그아부지가 구경도 허고 오자고 험서 나오라고 해놓고

보초게이없이(멋없이)....

 

어머니는 그냥 안갈란다 하시고 삐지셨다....

 

엄마 나랑가게 엄마 입맛없으신게 동호가서 백합죽도 한그릇 허시고...

 

동호바다는 물이 빠져서 그나마 쓸쓸한 가을바다가 더욱 한없이 씁쓸해보인다....

 

엄마 동호 언제 와봤는가?

언제왔는지도 잊어부렀다...

저그 앞에는 뭇허는 사람들이디야?

백합캐는 갑소...

그려야이~

우리도 가서 캐도 된디야?

가서 캐믄되제 바다가 저사람들꺼가니...

엄마 우리는 캐논놈 가서 묵게...

 

바다는 봄여름가을동안 품고 있던 백합이며 동죽 바지락 전어등을 내어주고 있었다...

 

 

니가 몇술 더 받어라 양이 겁나다...

그것이나 잡사라우...

한그릇 다 드셔...

나도 아까 커피묵고 배불러...

그나 이 한그릇에 얼매디야?

만삼천원 긍게 다드셔...

백합이나 아니나 딱 시게 느노코....

찬찬히 잡사게...

저번때 니가 끼래준 바지락죽만 못허다...

집이가서 끼래주께 엄마

잡사...

 

아버지만나기로 한 장소로 간다...

한참 농민회에서 합숙하며 형님들 동생들과 선술집으로 해장하러 다닌길을

어머니와 걷는데 마음이 찌르르 퍽퍽하다...

허리쉼하며 걷는 걸음거리도 그렇고

다라에 흙담아 솔이야 갓동부야 심어먹는 읍내사람들의

알뜰함에 저봐라이 징허게 부지런헌갑다...

하시는 말씀도 마음에 짠함이 깃들어 진다...

나들이 없이 어쩌다 병원가시며 서울가실떄 고작 터미널까지 배웅하는 나

아버지는 친구분들과는 외식을 자주 하시지만 식구들과는 외식을 하지 않으신다...

그덕에 어머니는 귀찮은 음식 손수 만들어 당신 입맛 따세는것보다

식구들 해먹이는게 고작이셨으니....

요세 어디로 도망가버렸는지 돌아오지 않는 입맛탓만 하신다....

 

 

아버지와 길가다 마주쳐 두분 잠시 잠깐 떨어져 있다

만나신게 좋으신지 씨익 웃으신다...

그모습 얼마나 좋은지

가슴이 부풀어 올라진다...

엄마 어디 그늘 가서 앙게...

하고 신재효생가 말캉에 걸터 앉았다...

쫌 뽀짝 앙그시제....

일없다는 눈짓한번

너는 씨알디 없이 뭔 사진만 그로고 찍어대싸냐

한마디...

굳은 인상은 좀처럼 펴지들 않으신다....

 

 

어이 이리 와봐바...

여 보제...

들어가서 한곡조 뽑아보소...

아버지말씀에

들은 신척을 하지 않는 어머니

꼭 사람같다이 하시며 내얼굴 보며 웃으신다...

멋적은 아버지 내가 그리 말했는가?

요세 뒤돌아 서믄 잊어부는것이 뭔일일까 몰라 하시며

어머니께 사과하시는 말씀또한 옹색하시다....

 

 

 

걸음을 잘 못걷는 어머니는 의자에 앉아 계시라 하고 아버지는 혼자 망중한을 즐기신다....

같이 오셨응게 엄마 손잡고 좀 댕기시제요...

다 늙어서 뭔 손 틀어잡어야 구성대가리 없이....

글믄 엄마 저리 혼자 앙거계시게 허실라우....

하고 아버지와 함께 성안으로 간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간격이 딱 저만큼일까?

더도 멀어지지 않고 더 가까워지지도 않는 간격

쫌 떨어질라 치면 아버지는 뒤돌아 보시고

어머니는 굽은 허리 더욱 굽게 걸음을 재촉하신다....

 

엄마 지팡이 두개 짚고 댕기랑게...

등산지팽이 사다논게 어따 둬부렀소...

긍게 인자 구성빠져도 짚고 댕게야 헐랑갑다...

신월아재가 지팽이 꼬부라진놈 두개나 맹그라다 줬는디....

 

 

엄마 업혀봐 내가 업어주께

 

구성빠진 소리 허네 싫어...

 

 

성안에 십년만이나 뒤았는가...

니가 농민회에서 주점헐때나 계완이허고 난영이 대꼬 왔었응게

오래뒤았다이...

허걱...

엄마 미안해....

아들이 한참 잘못뒤았네...

 

 

 

두냥반 쌈허셨가니 다정시릅게좀 서보시제...

다정시랍가니 다정시랍게 스라고 허냐...

하시며 웃으신다 ㅋㅋㅋㅋ

그 일순간 아니 처음 길가에서 만나 서운했고 삐진감정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카메라로 두분 들여다 본다....

 

웃던 모습은 오간데 없고 경직되셔간다...

 

내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눈물이 가득차 드킬라는 찰라 뒤돌아서며

두분 구경허고 오시씨요 하고 돌아서 오는데....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돈한푼없다...

콧물이 튀겼다...

눈알에 찬 눈물이 흘려 버렸고

담배에 불 부치고 땅한번 쳐다보고 하늘한번 쳐다보니

에라이 미친놈아 개새끼야....

니가 사람새끼냐 하고 욕이 마구 나온다....

부모님 이리 되시드락 뭔짓거리 허고 댕긴것인지

자꾸 자책되어 퍼런 하늘에 담배연기만 뿜어대고 들어와 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