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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

추수막바지에서..

 

추수막바지에서 기계고장이 점점 심해진다...
된서리가 아닌 안개가 끼어 늦게 일을 시작하였다...
나락은 이제 완전히 곰숭그라 져서 땅에 고개를 떨구고 있고  예초기 러그에 맞은 나락알은 봉선화 씨 튀듯 요리저리 튀긴다...

그리고 덕순이 누님이 왔다...
우리집 큰누님본것보다 더 반갑다...
회장님 입가에 미소가 잔뜩이시다...
언제부터 한번 오신다고 하시더니 진짜 오실줄이야...
그래서 나는 더 일꾼인척 하고 일에 열중하였다...
누님이 먹거리를 바리바리 사가지고 오셨는데..
마을 아저씨들은 그 여자분 날마다 왔으면 좋겄네^^
어이 또 오라고 허소이 ㅋㅋ
누님이 술한잔 하지 못하고 간것이 못내 서운하고 아쉽다...
그래도 시골인심이 그런것은 아닌것인디...
뭇이라도 싸서 보내야 서운한 맘도 덜하고 할텐데...
일터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기계가 고장이 날려면 누님 왔을때 고장이 났어야 하는데..
시간이 매우 어정쩡하게 고장이 나서 오늘 하루도 하~

집에 와서 사진을 보니 옛날 학교 다닐때 선동국민학교 까지 걸어가던 그길이 생각난다...
우리 큰누님이 운동회때 학부형 달리기를 했는데 일등 난적이 있었는다...
얼마나 잘 뛰었던지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도 그때 누님은 스물을 갓넘은 나이였는데 뒷굽이 있는 신발을 신고도 2등과 3~4미터 정도 차이가 있었다..
우리 누나여 하고 으쭐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ㅋ
암튼 오늘 덕순누님 방문으로 이래저래 막댕이의 옛날 추억이 아른거려진다^^

기계가 섰다... 그리고 낫을 들고 예취부에 낀 나락실가리를 빼다가 낫이 귀찮아 논뚜렁에 던져놓았는데 하필 긴꼬리짐승이 있는데로 떨어졌다...
낫을 다시 줍다가 얼마나 놀랬는지... 순간 손으로 집어 버렸다...

발로 대가리쪽을 밟아 눌르고 손으로 대가리를 잡으면 까치독사라도 꼼짝을 하지 못한다...
아직 어린 새끼라 그런지 나를  보고 더욱 놀란 기색이다...
"얌마 애떨어질뻔 했어" 이렇게 말이다...


뱀 감촉이 보기보다 부드럽다...
냄새도 없고 미끈미끈 해서 그런것인지 에스자를 그리며 잘도 미끄러져 간다...
비얌 맛도 좋고 영양좋은 뱀이다^^
근데 저것이 독사 새끼인가? 능사 새끼인가 모르겠다...
요즘 뱀도 보는것이 귀한데...
오늘은 저놈과 잠깐 놀다보니 짜증도 어디로 갔는지 온데 간데 없다...
내 짜증 다 저 뱀새끼가 가지고 갔을까...

회장님은 기계고장의 원흉이 저 너구리에 있다고 한다...
회장님이 잡어 하는 소리에 낫을 든 나는 혀가 한자나 나오게 너구리 뒤를 따라 갔다..
뭉구적 뭉구적 뛰지 못할것 같은 착각에 뭐라도 홀린듯  잡아 보려 하지만....천만의말씀 만만의 콩떡이다...ㅋㅋ
영리한 너구리의  지략이 뛰어나다.
거진 따라 잡을라 치면 팩틀어버리는  방향전환에 맥이 딱 풀려 허리를 꼬불고 무릎에 손을 개얹고 숨을 헐떡이다 내가 뭐하는 짓인지 하고 뒤쫒기를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저  너구리가 저주를 내려기계가 고장이 자주 난다고 하는데...ㅋ
회장님의 검나게 거시기한 변명...
사실 회장님과 난 기계를 부려먹기만 하지 기름칠을  기계소리가 요란할때마다 한번씩 주고 마니 고장이 날수밖에....

쌩 야생에서 자란놈이라 노린내와 기름기가 많아서...
비위에 약한 사람은 잘 못먹는다..
하지만 우리어머니처럼 된장많이 넣고 기름덩어리를 잘 떼어 내어 보신탕 만들듯이 토란대 넣고 들깨가루 넣어서 끓이면 개고기보다 훨씬 맛있다...
요즘에는 너구리 개체수가 많아서 온통 논이 너구리의 쉼터로 변해서 성한 나락을 다 꺽어놓아 버리니 농민들에게 이쁨을 받을래야 받을수가 없다...
논에서 사는 뱀이나 개구리 특히 쥐새끼 이런것들을 잡아먹어서 좋긴한데
나락이 폭탄이라도 맞은듯이 군데 군데 다 꺽여있으니....
암튼 너구리는 암수가 같이 다닌다... 그리고 그 주변에 5대가 있다고 하니 굉장히 대가족이 그금방에 진을 치고 살아가는 셈이다..
영리한 너구리를 모다 잡아서 청와대에  풀어놓으면 대왕쥐 잡아 잡사 버릴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