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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

서둘지 마러 오월이여~~

풀밭이 천지가 된 밭을 그냥 두지 못하고 따까운 햇볕보다 더한 주변지인들의 눈빛때문에 깨를 심었다...
땅도 조금 쉬어야 된다는 생각에... 막상 마땅히 심어야 겠다는 작물도 없고 해서 쉬고 있는데 말들이 많다....
게으른놈! 징헌놈 ! 넋빠진놈! 나의  별명이다...ㅋ

일을 하시면 안되시는 어머니까지 두팔을 걷어 부치셨다...
깨를 심으신다고 하는 통에 집안 공기는 갑자기 냉냉해졌지만 가화만사성 치국평천이라고 했던가! 그려 냅두자 할것은 해야지...
보는것만으로 갑갑한 일이다...
형님이 비닐 씌우시다 아버지께서 씌우시다 마무리는 내가 했다...
바쁘다 밭과 논 그리고 기계 고장으로 농기계 수리점까지...
동네 아짐은 영태 붕알떨어지겄다고 하신다...
사실 떨어졌는지도 모른다...ㅋ

 

사실 저 깨밭에 뭐를 심을지에 대한 고민은 조금 했었다...
하지만 손이 많이가는 일은 나로선 힘들기에 기피대상 일호쯤 해서 생각도 하지 않았던 작물이다...
어머니 말씀대로 사람손 안대고 뭔일을 해먹는디야...
이러시는 한말씀에 깨를 심는다... 옳으신 말씀이다...
농민의 손을 대지 않고는 어떠한 작물도 나올수 없다...
겹치고,힘들고 하겠지만....

아침 나절 해동아짐 시째아들 재영이 형님한티 전화가 왔다...
우리 엄마 동네에서 보았냐고...
어머니 팔순이라 읍내로 한복 마치러 가기로 했는데 어머니 전화가 안받어야...
먼저 집에 한번 가볼래 하고...
집에 가보니 텃밭에 종류도 많이 농사를 지어 놓으셨다...
텃밭농사는 연작피해도 없는듯 하다...
오째랑 국민학교 다닐때 마늘 쫑 뽑아먹고 딸끼 따먹고 했던 그 텃밭은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이 든다...
마당도 텃밭으로 변해 있다...
초등학교 그시절 목각살이 하고 구슬치기 하고 잣치기 하고 했던 마당인데...
오째 바로형 재상이형이 쥐잡는다고 철사를 깔아서 도란스와 연결하여 쥐 시체를 보여주던 곳 마당이 아이들이 없고 자식들도 먹고 살길 찾아서 객지로 나가는 통에..
그 허퉁한 맘을 채우시려는지 저리 빽빽하게 자식들 수만큼이나 심어놓으셨다...
그나 아짐 팔순이라는 오래오래 만수무강 하시씨요^^

점심무렵 전화가 왔다...
영태야 어서 와봐라 좋은거 있은게 얼른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봐라...
이래서 가본 동기성님네 고추밭...
참 민망스럽기도 하면서 희안하기도 하고 웃기다...
보자마자 목놓아 껄껄웃었더니 형님들이 더 좋아 웃으신다...
몇개중에 하나 남겨 놓고 전화가 온것이다...
처음 하늘을 치켜보고 곧 쏠 자세로 슨놈은 세진이 성님이
예요! 털깐놈 이러시면서 따버렸다고 한다...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갖가지 음흉한 이야기를 해대면서...ㅋ

다른 곳은 모내기가 막바지 인데 우리 마을은 논고르기가 막바지 이다...
대농하는 형들이 모판을 버려 다시 시작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 마을은 원래 밭이 많아서 논농사는 늦은감이 있다...
하우스도 많고 만평짜리가 한뱀이가 되는 땅들도 많다... 그래서 항상 모내기는 늦어도 나락 공판은 같이 내야 이런 말들이 생겨나기도 한다...ㅋ
늦은김에 쉬어가는 여유로움이 좋다...
그런와중에 원우형 트랙터가 수렁에 빠졌다...
처음에는 내 애마로 잡아 끌어보았지만 워낙에 꽉 박힌 상태라 같은 마력수로는 벅차다...
그래서 소를 키우는 광태형이 와서 두대로 잡아당겨 보았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힘이 분산되어서 그럴까 하여 한쪽 방향으로 동시에 잡아 다녀 보아도 어림없다....

그래서 그늘및에서 술판이 벌어졌는데 상명이 형님의 트렉터가 왔다 벌써 보기부터 다르다... 한성깔 하게 생긴 트랙터가 중소형 트랙터 세대 합친것보다 커보인다...
형님또한 커보인다...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다... 서로 한잔씩 나누고...

트렉터 뒤로 구경꾼도 하나 있으니 경주는 시작되었다....
내 애마는 뒤로 빠져서 중계를  하고 트랙터를 탄 주심과....

논두렁에선 부심  시간을 보고 있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쭈욱 딸려 나오는 트렉터가 헛웃음을 치게 한다...
진작에 올것이지 같이 놀아주느라고 오전일을 홀딱 까먹어 버렸다....

그러다 바쁜 마음에 내논을 삶는데 이이쿠...
퐁당!
앞뒤로 발악을 해보지만 수렁이란 놈 만만치 않은 놈인지는 내 알아도 지난년과 또 틀리게 다른 구멍에 수렁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이렇게 의자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뻗은채 다른 트랙터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사실 엄청나게 편한때이기도 하다 지루하고 따분하지만 그놈들 먼저 보다 오는것은 무거운 눈꺼풀과 잠이란 놈이 온다...
잠시 꾸벅하는 잠이 그리 만날수는 없을것이다....ㅋ

그렇게 일하다 다른논으로 옮길때 뽕밭이 나온다... 한주먹 따서 아그작 아그작 씹어보면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져 또 한주먹 또한주먹 따먹게 된다...
포만감에 손이 배를 딱딱 두번 때릴때쯤 트림 한번 하고 손이 멎게 한다....

아이들이 말할때는 계란꽃이라고 하고 할매들이 말할때는 천둥대라 하고 원래 학명은 개망초 곷이다....
이 이야기를 옛날 농민회 간사였던 은숙씨한테 들었는데 이맘때면 늘 피는 꽃이라 잊혀지지가 않는다...
지역마다 동네 마다 틀려도 참 듣기 좋은 꽃이름이다...
계란꽃 천둥대...
해질력 누가 노른자나 뽑아 먹을깜시 꽃입을 오무리고 있는 모습도 꽃이름만치 예쁘기만 하다...
예초기질 하면서 혁이 비춰줄려고 남겨 놓았다...ㅋㅋㅋ
아버지께서는 이해를 못하시지만.... ㅎ
혁이한티 보여주고 싶다...
아버지께서도 갈대꽃을 좋아 하시기 때문에 논두렁 가는길 갈대를 남겨 두셨다...
자식에게 보여주고 싶으셨겠지....ㅋ